제62장진실로 청렴한 것은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으니 이름을 드러내는 사람은 바로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큰 재주에는 교묘한 기교가 없돼 기교를 부리는 사람은 곧 서툴기 때문이다.<원문原文>眞廉(진렴)은 無廉名(무렴명)이니 立名者(입명자)는 正所以爲貪(정소이위탐)이요 大巧(대교)는 無巧術(무교술)이..
제61장학문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일단 조심하는 마음을 가지되 또한 시원스런 멋을 지니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한가지로 단속하여 청렴결백하기만 하다면 이는 가을의 살기만 있고 봄의 생기가 없음이니 어찌 만물을 기를 수 있겠는가.<원문原文>學者(학자)는 要有段兢業的心思(요유단긍업적심사)하되 又要有..
제60장봄이 와서 시절이 화창하면 꽃은 한층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새도 또한 몇 마디 고운 소리로 지저귄다. 선비가 다행히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서도 좋은 말을 세우고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면 비록 백년을 살지라도 하루도 살지 않은 것가 같으니라.<원문原文>春至時和(춘지시..
제59장부귀와 명예가 도덕적으로 온 것은 숲 속의 꽃과 같아서 저절로 쑥쑥 자라나 번성하고 공적으로부터 온 것은 화분이나 화단 속의 꽃과 같아서 문득 옮겨지기도 하고 뽑히거나 피어나기도 한다. 만약 권력으로써 얻은 것이라면 꽃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니 그 마르는 것을 가히 서서 기다릴 수 있으리..
제58장고심하는 중에 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멋을 얻고 득의한 때에 무득 실의의 슬픔이 생겨나느니라.<원문原文>苦心中(고심중)에 常得悅心之趣(상득열심지취)하고 得意時(득의시)에 便生失意之悲(변생실의지비)니라. <해의解義>세상사에 영원히 변지 않는 것은 없다. 슬픔이 다하면 기쁨이 오고 기쁨이..
제57장사람의 마음에 한 권의 참된 문장이 있으나 모두 옛사람들의 부스러기 글 때문에 굳게 갇혀 있고 한 가닥의 참된 음악이 있으나 모두 요사스런 노래와 요염한 춤 때문에 파묻혀 있구나.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외물(外物)을 쓸어내고 직접 본래의 마음을 찾아야 비로소 참다운 누림이 있으리라.<원문原文&g..
제56장책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글이나 베껴 주는 사람이 될 것이고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을 자식같이 사랑하지 못한다면 관을 쓴 도둑이 될 것이며 학문을 강론하면서도 몸소 실천하지 못한다면 구두선(口頭禪)이 될 것이고 사업을 세우고도 덕을 심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눈앞에 피었다 지는 꽃..
제55장사치스러운 사람은 부유해도 만족하지 못하니 어찌 검소한 사람의 가난하면서도 여유있음과 같으랴. 능숙한 사람은 수고하고도 원망을 불러들이니 어찌 서투른 사람이 한가로우면서도 본성을 보존하는 것과 같으랴.<원문原文>奢者(사자)는 富而不足(부이부족)이니 何如儉者(하여검자)의 貧而有餘(빈이유..
제54장마음바탕이 깨끗하여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면 훔쳐서 자기 욕심을 채우고 한 가지 착한 말을 들으면 빌려서 자기의 단점을 덮을 것이니 이 또한 도둑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 주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원문原文>心地乾淨(..
제53장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갖춘 이도 있고 못갖춘 이도 있는데 어찌 나 혼자만 모두 갖추려 하겠는가. 자기의 마음을 보면 도리에 맞는 것도 있고 도리에 맞지 않는 것도 있는데 어찌 남들은 다 도리에 맞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이처럼 자기와 남을 견주어 가면서 나를 다스린다면 이 또한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
제52장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안으로 자기 자신에게 나타내지 않고 밖으로 남에게도 나타내지 않으면 곧 한 말의 곡식이라도 가히 만종(萬鐘)의 은혜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이익을 베푸는 사람이 자기의 은혜 베품을 계산하고 남에게 보답을 강요한다면 비록 백일(百鎰)의 큰 돈일지라도 한 푼의 공로도 이..
제51장내가 남에게 베푼 공덕은 마음에 새겨 두지 말고 내가 남에게 잘못한 점은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어서는 안되나 남이 나에게 끼친 원망은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되느니라.<원문原文>我有功於人(아유공어인)은 不可念(불가념)이나 而過則不可不念(이과즉불가불념)이요 人有..
제50장태평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원만해야 하며 평범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함과 원만함을 함께 써야 한다. 착한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땅히 관대해야 하고 악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근엄해야 하며 평범한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땅히 관대함과 ..
제49장복은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복이 없고 화는 마음 쓸 일이 많은 것보다 더한 화가 없으니 오직 일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야 바야흐로 일 적은 것이 복됨을 알고 오직 마음이 평안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마음 쓸 일 많은 것이 화가 됨을 알리라.<원문原文>福莫福於少事(복막복어소사)하고 禍莫禍於多心(복막..
제48장간장에 병이 들면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신장에 병이 들면 귀가 들리지 않게 되니 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들지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곳에서 죄를 얻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원문原文>肝受病則 目不能視..
제47장착한 사람은 일상적인 행동이 안락하고 상서로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잠잘 때의 정신까지도 온화하지 않음이 없다. 악한 사람은 하는 일이 사납고 어그러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도 살벌한 기운이 섞여 있느니라.<원문原文>吉人(길인)은 無論作用安詳(무론작용안상)이요 則..
제46장덕을 기르고 도를 닦는데는 모름지기 다소는 목석같은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만약 일단 탐내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문득 욕심의 땅으로 내달리게 되리라. 세상을 구제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모름지기 다소는 구름이나 물같은 취미를 지녀야만 한다. 만약 일단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을 지니면 문득 ..
제45장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니 유마(維魔)와 도회(屠劊)가 두 마음이 아니고, 곳곳마다 모두 일종의 참된 취미가 있으니 황금으로 꾸민 집과 초가집이 다르지 않다. 다만 욕심에 덮히고 정에 가리워 눈앞에 한 번 잘못을 저지르면 이것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하는 것이니라.<원문原文&..
제44장학문하는 사람은 오직 정신을 수습하여 한 길로 집중해야 한다. 만약 덕을 닦으면서 일의 성공이나 이를 드러내는 것에만 마음을 쓴다면 결코 참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요, 책을 읽으면서 읊조리는 재미나 풍류에만 감흥을 의탁한다면 결코 깊은 핵심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니라.<원문原文>學者(학..
제43장몸을 세우되 한 걸음 더 높이 세우지 않는다면 먼지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탕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으니 어찌 초탈할 수 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되 한 걸음 물러나 처신하지 않는다면 나방이 촛불에 날아들고 숫양의 뿔이 울타리에 걸리는 것과 같으니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원문原文>立身(입신..